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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09/11/14 09:39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설흔 (예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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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나 실용서요.'라며 한껏 무게를 잡고 있는 제목이다.
하지만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소설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꽤나 어려운 액자식 구성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읽히는 재미까지 갖추고서 말이다.

소설 형식을 갖춘 실용서들은 이 책 이전에도 몇 권인가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함께 읽었던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도 그렇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인 'The GOAL'이라든가 '피드백 이야기'라든가.. 따져보니 세 권 뿐이긴 하다만. 어쨌든 이 세 권의 책이 나에게 심어준 실용소설의 이미지란, 말 그대로 '실용'이 소설에 앞선 것이었다. 모두 읽어봤을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를 예로 들자면, 이 책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 요소와 그 해결책은 다 '마케팅'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마케팅 기법을 설명하기 위한 인위적인 상황-케이스를 마련해 놓고 그 안에 캐릭터를 던져넣었다고나 할까? 자연히 인물은 평면적이고, 갈등은 평이하다. 따라서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 나는 '소설'에서 기대하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명쾌함만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문제지 뒤의 정답을 보는 기분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글쓰기'라는 주제를 철저히 소재로 활용한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와 달리 캐릭터는 입체적이고 갈등은 첨예하다. 실재와 허구가 교묘히 섞여 있어 그 맛이 더하다. 이 책에서는 실용이 '소설' 뒤로 숨은 것이다. 글쓰기 지침서가 되고자 하는 책의 목적이 흐려지거나 빗나가는 법이 없다. 작가의 글솜씨도 글솜씨거니와 철저한 기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연암에게 배울 글쓰기는 크게 여섯 가지 항목이다(책 뒷표지에 나와있다).

1. 정밀하게 독서하라
2. 관찰(인식)하고 통찰(본질)하라
3.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
4. 관점과 관점 사이를 꿰뚫는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5. 11가지 실전수칙을 실천하라
6. 분발심을 잊지 말라

물론 나도 이것들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어떻게 보조해야 다른 분들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될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히 이 네 가지 항목도 곧이곧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1, 6번은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2, 3, 4, 5번은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둥 말이다. 사실 나도 글을 체계적으로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라든가 타인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기에 한참 부족하다. 해서 최근 글쓰기 관련 책들을 보며 개인적으로 체계를 잡아 보는 중인데 이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그런 책들 가운데서도 꽤 고급에 속하지 않나 싶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반년 뒤, 일 년 뒤에 다시 읽으면 지금과 또 다른 감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김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