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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09/10/23 23:01

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팔아라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존 스포엘스트라 (21세기북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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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팔아라.
흔히 능력 있는 샐러리맨(=영업사원)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관용구다. 남극에서 에어컨을 팔 수 있다든지 중동 사막에서 보일러를 팔 수 있다든지.. 하지만 유명한 말인 만큼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의 취향이야 천차만별이라지만, 적어도 나라면 제목만큼이나 구태의연한 내용이겠거니 하며 펼쳐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오는 선입견은 책 날개에서부터 부서지고 말았으니.. 저자가 무려 NBA 팀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게 아닌가! 스포츠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경영이라든가 팀 운영도 재미있을 거라고(FM은 하면 안 되는 게임이죠, 예) 생각해 오던 터라 책 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자마자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물론 그런 기대만큼 NBA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책의 세일즈 포인트는 NBA팀 운영의 특별함이 아니라 저자가 써먹은 '점프 마케팅'이 다른 분야에서도 유효할 거라는 보편성에 있었으니 내 기대가 헛된 것이긴 했다 ㅎㅎ.;;) 현장에서 막 건져낸 듯 마케팅에 관한 싱싱한 경험담들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해서, 출근길 지하철이 짧게만 느껴질 정도였다.

저자는 5년간 팀 성적 뿐 아니라 흥행 수입에서도 리그 꼴지를 놓치지 않던 뉴저지 넷츠의 최고경영자로 부임하면서 그가 정립해 온 '점프 마케팅'이라는 방식을 도입,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넷츠를 지역의 인기 팀으로 만들어 놓는다.
'점프 마케팅'의 원칙은 책 말미에 18가지로 정리되어 있으니 여기에서 전부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원칙 중 마지막 18번째 원칙은 반드시 따로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점프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 회사에 맞게 만들어라'이다.

프로스포츠팀과 현지화 업체. 한 눈으로 봐도 공통점이라고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점프 마케팅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영업'인데 우리는 영업과는 거리가 머니.. 하지만 대입이라는 것은 꼭 일 대 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내가 대입해 볼 것은 뉴저지 넷츠가 아니라 바로 저자 자신이었으니까. 저자는 이전에도 포틀랜드 블레이져스를 훌륭히 경영한 경험이 있고, 그를 바탕으로 뉴저지 넷츠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취임한 것이다. 그래, 우리 역시 완미의 성과를 바탕으로 진삼온라인과 주선을 맡지 않았던가? 이 책의 첫 섹션 제목이 '꼴찌 상품 1등으로 판다'인데 이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이 어디 있겠냔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꼴찌 상품을 파는 3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목표 시장 선정 : 시장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2. 상품 홍보 전략 : 더 좋은 것보다는 유일하게 좋은 것에 집중하라
3. 초점 맞추기 : 차별화가 가능한 곳에 초점을 맞춰라
물론 주선 온라인은 꼴찌 상품이 아니다. 중국에서의 실적도 있고, 2.0의 깔끔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는 국내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 3가지 전략은, 꼴찌에게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1등 상품이 아니라면, 아니,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상품이 아니라면 저 전략들이 충분히 유효한 것이다.
저 3가지 전략, 더 나아가 이 책 전반을 유심히 읽어봐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주선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상품만이 우리의 작업 대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선이 100이라면, 언젠가 10, 20의 퀄리티를 가진 게임도 작업할 때가 올 것이다. 물론 지금은 주선같이 방대한 게임을 멋지게 현지화하는 역량이 먼저겠지만, 10이나 20의 퀄리티를 가진 게임을 40, 50으로 끌어올리는 역량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어쩌면 후자 쪽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100짜리 게임을 200으로 만들긴 어렵겠지만, 10이나 20짜리 게임을 40, 50으로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쉬울 테니까 말이다. 내가 고객이라면 전자보다 후자에서 더 감동을 느낄 것 같기도 하고.

읽다 보면 저자의 '점프 마케팅'은 마케팅만이 아니라 기업 문화 전반을 향상시키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항상 그렇게 해왔습니다'라는 사람들의 답변을 적색 경고로 받아들였다는 대목이었다. '항상 그렇게 해왔다'라는 것은 곧 지금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그 관성에 몸을 맡기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가?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 나도 그 기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몸이 편안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하락이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의 저자가 말했듯이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사소한 것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반드시 지금 상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한 기업(혹은 개인)이 정체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외에도 비록 영업에 관한 사례들이지만 우리에게 유효한 부분이 여럿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읽으면 또 다른 시각으로 다른 것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것이 궁금해졌다. 이 책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공통도서로 지정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기꺼이 빌려드릴테니 다른 분들도 다들 한 번씩 읽으셨으면 좋겠다.
Posted by 김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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